AI 시대, 콘텐츠 데이터의 새 유통 경로
2026. 09. 23

AI 시대, 콘텐츠 데이터의 새 유통 경로
로이터부터 RDPGROUP까지, 달라지는 데이터 거래의 조건
지난 8월 말, 로이터가 자사 뉴스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스노우플레이크 마켓플레이스에 공개했습니다. 약 40년에 걸쳐 축적된 5개 언어의 저널리즘 데이터를 기업이 AI 애플리케이션과 분석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기업은 로이터의 데이터를 이용해 시간에 따른 기업과 산업의 변화를 분석하고, 시장 및 지정학적 신호를 포착하거나 AI가 생성하는 답변에 역사적 맥락을 보충할 수 있게 됩니다. 로이터는 이를 라이선스 조건 아래 자사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면서 AI 생태계에 참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라이선싱만큼 중요해진 '유통 경로'
언론사가 보유 콘텐츠를 AI 기업에 제공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AP는 2023년 7월 오픈AI와 일부 뉴스 아카이브를 공유하는 계약을 발표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악셀 스프링거가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자사 기사가 허가 없이 AI 모델 개발에 사용됐다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습니다.
생성형 AI 시대에 콘텐츠의 이용 범위와 대가를 둘러싼 협상이 본격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들입니다.
이번 로이터 발표에서도 눈여겨볼 부분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방식입니다. 로이터는 특정 AI 기업과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고객이 이미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스노우플레이크 환경 안으로 콘텐츠를 가져왔습니다. 뉴스가 사람이 읽는 기사인 동시에 기업용 AI가 참조하는 데이터 상품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셈입니다.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제공하는 방식'과 '필요할 때마다 출처와 함께 참조하도록 제공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구체적인 이용 범위는 계약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번 사례의 핵심은 로이터가 통제된 마켓플레이스와 라이선스 조건을 통해 콘텐츠 이용 범위를 관리하면서 AI 생태계에 참여할 유통 경로를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마켓플레이스 등록이 정찰제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다만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왔다'는 것은 일반적인 쇼핑몰 형태와 조금 다릅니다. 스노우플레이크에서는 고객이 공개된 조건으로 바로 구매하는 셀프서비스 방식과 판매자에게 문의해 계약하는 영업 주도 방식을 모두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사용량 기반이나 정액제로 구성할 수 있고, 고객에게 표시되는 조건은 판매자가 설정합니다.
따라서 로이터 콘텐츠가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됐다는 사실만으로 표준화된 가격이나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라이선스 조건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 공개 여부가 아니라 콘텐츠의 탐색과 구매, 권한 부여, 실제 활용이 기업용 데이터 플랫폼 안에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도 시작된 뉴스 데이터 사업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포털 다음(Daum)은 지난 9월 21일 열린 '다음 미디어데이 2026'에서 AI 요약에 인용된 뉴스의 사용량에 따라 언론사에 비용을 지급하고, 언론사 데이터를 정제해 외부에 판매하는 'AI 데이터 API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I 인용 비용에는 연간 20억원의 별도 예산을 책정하고, 서비스 참여와 데이터 활용에 동의한 매체에 분기별 기여도에 따라 금액을 배분한다는 구상입니다.
데이터 API 사업에서는 참여 언론사의 데이터를 정제해 '단순 검색 패키지', '본문 활용 패키지', '데이터 학습 패키지' 등으로 상품화한 뒤 외부에 판매합니다. 가공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을 언론사와 나누는 방식이며, 발표에서는 7대 3의 배분 구조가 예시로 제시됐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사업 범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뉴스 콘텐츠를 단순히 포털에 전재하는 데서 벗어나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상품으로 가공하고 그 수익을 언론사와 나누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데이터 공급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조건
로이터와 다음의 사례는 언론사뿐 아니라 데이터를 보유한 다양한 기업에 공통된 질문을 던집니다.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AI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 유통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소유권과 판매 권한을 확인하고, 개인정보와 저작권 등 법적 이용 범위를 정리해야 합니다. 구매자가 사용할 수 있는 형식과 분류 체계를 마련하고 가격, 제공 범위, 갱신 주기 및 이용 조건을 설계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할 유통 경로도 필요합니다.
결국 AI 데이터 시장의 경쟁력은 원천 데이터의 희소성뿐 아니라, 그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데이터 공급 과정 전체를 연결하는 RDPGROUP
이 지점에서 비큐에이아이가 운영하는 RDPGROUP(알디피그룹)의 역할이 보다 분명해집니다.
RDPGROUP은 데이터 공급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글로벌 AI 수요와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운영합니다. 데이터 등록 이후 소유권·소속 및 법적 적합성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정제·분류한 뒤 검증된 구매자와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RDPGROUP은 크게 네 단계를 제시합니다.
- 데이터 등록
- 소유권·소속 및 법적 적합성 검증
- 데이터 정제와 표준화
- 글로벌 구매자 연결 및 수익화
검증을 통과한 공급자에게는 'RDPGROUP 검증 데이터 제공사' 인증을 부여합니다. 데이터의 출처가 어디인지, 공급자가 해당 데이터를 제공할 권한을 갖고 있는지, 법적 적합성 검토를 거쳤는지를 글로벌 구매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다루는 데이터도 다양한 산업군을 넘나듭니다. 금융, 블록체인·토큰화,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교육, 헬스케어·바이오 등 여러 산업 영역의 데이터를 AI 수요와 연결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스노우플레이크가 데이터 상품이 거래되고 활용되는 기술적 환경을 제공하고, 다음이 자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보상·판매 모델을 제안했다면, RDPGROUP은 다양한 산업의 데이터 공급자를 발굴하고 권리 검증부터 표준화, 글로벌 수요처 연결까지 지원하는 공급 측 파이프라인에 초점을 맞춥니다. 특히 다양한 데이터 공급자와 글로벌 AI 수요를 연결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콘텐츠에서 거래 가능한 데이터 자산으로
과거 뉴스와 같은 콘텐츠의 주요 유통 단위가 신문, 방송, 웹사이트와 기사 링크였다면 이제는 기업의 데이터 플랫폼과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유통 접점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사업자에게 필요한 역량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더해 데이터의 권리를 확인하고, 활용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하며, 가격과 이용 조건을 설계하고, 실제 수요처에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상황입니다.
로이터는 기업이 이미 사용하는 데이터 플랫폼 안으로 뉴스의 유통 경로를 넓혔습니다. 다음은 AI 인용과 데이터 API 판매에 대한 새로운 보상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RDPGROUP은 데이터 공급자의 권리 검증과 표준화, 글로벌 수요처 연결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제시합니다.
각각의 사업 방식과 위치는 다르지만 공통된 방향은 분명합니다. AI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막대한 정보만이 아닙니다. 출처와 권리가 확인되고, 목적에 맞게 정리되며, 정당한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는 데이터입니다.
AI 데이터 시장의 핵심 질문도 이제 '누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에서 '누가 그 데이터를 검증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며, 수요와 연결하는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